안녕, 헤이즐(The Fault in Our Stars): 유한한 삶 속 무한한 사랑
‘더 파더(The Father, 2020)’는 기억을 잃어가는 한 노인의 시선을 통해, 가족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되묻는 심리 드라마입니다. 안소니 홉킨스의 인생 연기와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맞물리며, 관객에게 잊지 못할 정서적 충격과 깊은 공감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치매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 영화는 단순한 설명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직접 혼란과 감정을 ‘체험’하도록 유도합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안소니 홉킨스)과 각색상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플로리안 젤러(Florian Zeller)는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이 영화는 그의 연극 ‘The Father’를 영화화한 데뷔작입니다. 그는 주인공의 시점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 인물의 일관성을 의도적으로 뒤틀며** 관객이 치매 환자의 혼란을 그대로 체감하게 만드는 탁월한 연출을 선보였습니다.
젤러 감독은 영화 전체를 하나의 ‘심리적 미로’처럼 설계해,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적인 몰입뿐 아니라 인지적인 혼란까지 유도합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치매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를 체험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습니다.
런던에 홀로 거주하는 노인 안소니는 딸 앤의 도움 없이 지내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그러나 그의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시간과 사람에 대한 감각도 모호해져 갑니다. 하루는 앤이 프랑스로 이사 간다며 새로운 간병인을 소개하고, 또 어떤 날은 이미 죽은 아내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안소니의 집이라고 생각했던 공간은 점차 낯설게 변하고,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의 기억 속 모습과 다르게 보입니다. 딸 앤의 얼굴조차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며, 그는 점점 현실의 기준을 잃고 자신 안에 갇혀버립니다. 관객 역시 안소니와 함께 이 혼란 속에 빠지게 됩니다.
마침내 그는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잃어버린 채 눈물을 흘립니다. “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 같다”는 안소니의 마지막 대사는, 기억과 정체성이 서서히 사라지는 과정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입니다.
영화의 정점은 안소니가 요양원 침대에 앉아 “나는 내 잎들을 잃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흐느끼는 장면입니다. 안소니 홉킨스는 이 장면에서 “정신을 잃어간다는 것”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오롯이 전달하며, 관객의 감정을 붕괴시킵니다.
또 다른 명장면은, 딸 앤과 함께 주방에서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주변 인물의 얼굴이 바뀌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가 ‘주관적인 인지 경험’에 기반함을 보여주며, 현실과 환상이 뒤엉킨 상황을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더 파더’는 다음 OTT 플랫폼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플랫폼에 따라 자막 및 화질 옵션이 다를 수 있으므로 시청 전 확인을 권장드립니다.
‘더 파더(The Father)’는 단순히 치매에 대해 알려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치매라는 질병의 감정적, 인지적 고통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하며,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상실을 외면하는지를 묻습니다.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와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연출이 빚어낸 이 감정의 미로는, 단 한 장면도 낭비하지 않고 마음 깊이 스며듭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마지막 단면을 이렇게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꼭 감상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